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200개가 넘는 글이 있는데도, 내 블로그는 남에게 보여주기에 부끄러웠고 좋은 글이란 무엇일지 왜 내 블로그는 이렇게 별로일까,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한 건 오늘 내가 공부한 내용을 기록하자. 즉 일기장의 개념으로 시작됐다.
그저 내가 공부하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것에 의미를 두고 글을 썼다. 하지만 점점 이런 글이 쌓이고 어느 순간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 글을 쓰고 싶지 않아져 글쓰기를 점점 미루게 됐다.
블로그에 꽤 많은 글이 쌓여있지만, 글의 깊이감과 퀄리티는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고, 내가 쓴 글이 다 쓸모가 없어 보였다.
마침, SKT 데보션에서 실용주의 기술 블로그 글쓰기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강연 연사는 유튜브 '카일스쿨'과 글쓰기 모임 ' 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aka. 글또)'를 운영 중인 변성윤 님이다."
이전에 친구의 추천으로 글또는 다음 기수 모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분이 강연한다니 데보션영 3기로서 냉큼 신청했다.
자발적으로 기술 세미나를 참여해 본 건 처음이라,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세미나를 듣기 시작했다.
세미나를 들으면서 모든 내용을 정리하지는 않았고, 내가 좋았던 부분과 느낀 점을 위주로 글을 작성했다.
1. 글쓰기의 부담을 내려놓자.
저항은 우리가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하려고 할 때 생기는 것이다. 글쓰기가 부담되고 저항이 생겨도 이겨내 보자는 이야기로 강연은 시작됐다.
강연자도 글쓰기에 저항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동안 파워 블로거들은 글 쓰는 게 너무 행복해서 글 쓰는 게 취미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약간 충격이었다.
저항에 굴복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글을 쓰는데 부담감을 내려놓고 글을 쓸 수 있는지 마음가짐을 몇 가지 공유했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어차피 독자는 나다.", "실수하면, 고치면 된다." "완벽주의를 버리자" 등이 생각이 난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담이 되더라도 쓰다 보면 성장하니 일단, 써보자고 독려와 용기를 주는 시작이었다.
2. 좋은 글에 대한 기준 (Feat. 좋지 않은 내 블로그)
좋은 글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우버 블로그를 예시로, 여러 좋은 글의 형태는 비슷함을 볼 수 있었다. 우버 블로그는 항상 비슷한 템플릿을 가지고 있는데 순서는 다음과 같다.
- Introduction (소개)
- Goal and Key Metric (목표 및 핵심 지표)
- History (역사적 맥락)
- Why? (왜 필요할까?)
- Challenges (도전, 문제 해결)
특히 강연자는 challenges를 강조했다.
블로그를 읽는 사람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검색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겪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예시가 상세한 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취준생의 입장에서는 이걸 잘 정리해 두면 면접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연자는 좋다고 느낀 글들을 뽑아 해당 글의 특징과 공통점을 분석했다. 이후 자신만의 좋은 글의 기준을 정했다.
주관적인 기준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 기준이 적어도 기술 블로그 분야에서는 좋은 글의 기준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글인가?
- 이 글을 본 사람이 바로 행동하게 만드는가? 즉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
- 따라 할 수 있는 자료로 정리가 되어있는가? (레퍼런스 비교 분석)
- 이해가 잘 되는가?
- 자기 생각이 담겨 있는가? (비판적 사고)
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 글은 책이나 강의를 그대로 정리한 글이라고 한다.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해당 내용을 공부했다면, 그곳에 내 생각을 적어주는 글이 더 좋은 글이 된다. 즉 내 생각을 녹여서 글의 차별점을 넣으라는 것이다.
3. 깊이감의 함정 (Feat. 고정 독자는 나다.)
그동안 깊이감에 대한 고민 탓에 글쓰기가 망설여지고 쓰다 보면 어디까지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연사는 깊이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다는 점을 먼저 짚었다. 다음 중 무엇이 깊이감이 있는 것일까?
- 많이 알려주는 것?
- 쉽게 작성하는 것?
- 내가 모르는 내용을 아는 것?
이렇게 깊이감이라는 단어는 모호하다. 아마 당신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애매하다고 느낄 것이다.
따라서 깊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글쓰기가 수월해진다.
연사가 생각하는 깊이감의 기준은 3가지로 들었다.
- 일반적인 문서에 있는 내용이 아닌 경험담(스토리)을 담은 글
-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제시하고 그 이유와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것
-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하나에 대해 깊은 고민을 작성한 글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글을 작성할 필요가 없으며 모든 글의 고정적인 예상독자는 나다. 내가 쓴 글은 내가 좋아하면 되는 것이다.
글은 자신을 기준으로 정해서 기준을 넓혀야 한다.처음부터 타인을 기준으로 잡게 되면, 글 작성에 너무 오래 걸려서 지치게 될 것이다.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이유를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타인도 이해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예상 독자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글을 시작할 때 상단에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작성했습니다”는 글의 예상 독자를 미리 정하는 것이다.
이 파트에서도 너무 반성하는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내 블로그는 타겟층이 그동안 이 기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아주 기초적인 내용까지 설명하다 보니 너무 게시물이 장황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위키 백과가 아니고, 나는 검색엔진이 아니고, 나는 번역가가 아니었다.
매우 당연한 말이었는데 이 얘기를 들으면서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동안 나는 세상에 있는 내용을 요약만 하는 글을 쓰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어떤 글을 써야 할까? (Feat. 좋은 글쓰기 소재)
소재와 글쓰기를 먼저 분리하라.
이게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은 소재를 글 쓰기 직전에 고르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고 소재를 정하니, 글이 안 써지면 일단 소재를 바꿔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또 글을 쓰기 포기하고 블로그는 다시 얼어붙기 시작한다. 그리고 공부를 글쓰기를 함께 진행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소재를 정하고 공부를 시작하고, 공부와 글쓰기를 한 번에 진행하게 되는 총체적 난국에 분리가 필요하다.
막상 공부를 처음 하니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세부 목차를 짜기도 어렵다. 그래서 단순 요약이 되는 게시물이 된다.
다행히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줬는데, 평소에 소재를 따로 저장해 두는 것과 공부와 글쓰기를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을 강조했다.
잘 모르는 것은 글로 쓰지 않는다. 이 당연한 말이 왜 나에게 이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을까.
쓰다 보면 잘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서 아주 오래 걸린 기억이 떠올랐다.
이후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이 따라왔다. 내가 무언갈 하고 있다면 소재는 많다. 의식적으로 글을 쓸 소재를 따로 생각하다 보니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와닿지 않을까 싶어 아래와 같은 예시를 들어줬다.
- 디버깅 케이스
- 지식 탐구(최근 공부한 것과 알게 된 것)
- 논문 후기
- 해결 경험담
- 경험 회고
- 새로운 도전기(이직, 해외 등)
-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
각 예시의 공통점은 나의 경험이 먼저고 경험을 기반으로 글을 쓰는 것이 핵심이었다.
5. 글을 쓰는 방법과 팁 (Feat. 글쓰기 프로세스)
강연자의 프로세스 소개하면 아래 7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 소재를 정하고 따로 공부를 한다.
- 글쓰기에 집중할 준비를 한다.
- 글의 목표를 정한다.(예상 독자 정하기)
- 목차 및 구조를 잡는다. 이 단계에서 목차별로 할 이야기를 한 줄로 적어준다.
- 제한시간을 정해두고 시간 내에 초안을 작성한다.
- 제목을 고민한다.
- 글을 올리고 웹에서 보면서 수정한다.
각 단계별로 하나씩 설명을 했는데 인상 깊었던 내용들만 정리해 보겠다.
프로세스 2단계 글쓰기에 집중할 준비 파트는 강연자의 고민이 많이 드러나는 파트였다.
모각글, 지하철사물함에 노트북 넣기, 냉장고에 핸드폰 넣어놓기, 매주 같은 카페 가기, 충전기 안 챙겨가기 등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글쓰기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점이 노력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그중 몇 가지는 한번 따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 및 구조 잡기에서도 꿀팁을 전수했는데, 서론 본론 결론으로만 나눠서 작성하고, 구조는 정해진 틀은 없이 내가 생각하기 좋은 글의 구조로 쓰면 된다고 조언했다.
목차만 정하고 구체적으로 글을 안 쓰고 이후 각 목차별로 한 줄씩 글을 쓰고 살을 붙히는 방식을 추천했다.
목차를 미리 정하고 한줄씩 작성해 보는 방법은 앞으로 모든 글을 쓸 때 사용할 것 같다.
여기서 초안은 한 시간 만에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제한시간 내에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 쓰려고 해도 미뤄지기 때문에 반드시 데드라인을 정해라.
퇴고 방법도 꿀팁이 있었는데, 일단 초안을 작성하고 GPT에 링크를 걸면 해당 링크를 보고 개선 사항 등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이건 피드백을 GPT한테 받다니 참 재미있는 방식이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6. 더 노출되는 블로그 만들기 SEO 전략 (Feat. 게시물 제목 짓기)
더 노출되는 블로그로 만들기 위해서 전략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당연하게도 구글 서치콘솔, 네이버 서치 콘솔 등 각 엔진별 사이트맵 등록 등등 큰 플랫폼은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개인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메타 태그에 잘 넣어줘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검색 알고리즘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블로그 공유와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유사한 글은 순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세상에 많은 비슷한 글이 있다면 그 글은 노출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SEO 전략을 이야기했지만, 아직 내겐 수준이 너무 높은 내용 같아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이 파트에서 가장 충격이었던 건 제목 짓기 전략이었다.
키워드를 검색해보고 연관 검색어 상단에 나오는 제목으로 제목을 짓는다.
진짜 너무 놀랐다.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구글 검색창에 노출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해당 제목으로 지으면 노출이 많이 된다는 전략이다.
7. 강연자의 글쓰기 전략 (Feat. 강연 요약)
- 어차피 글은 계속 고치고 싶다. 초안을 무조건 빨리 작성하고, 그 후에 고친다.
- 블로그 초반엔 양에 초점을 맞추고, 점점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글의 퀄리티” 상승을 고민한다.
- 글감 생각하기+ 공부하기 + 글쓰기를 나누자.
-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특징을 정의한다. 좋아하는 블로거의 글의 특징을 파악하거나 직접 물어보자. 그리고 나에게 적용할 방법을 고민한다.
- 최초에 작성한 글의 목적에 지금 다가가고 있는지 생각한다. 독자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꾸준함이 중요하다. 단발성이고 고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부담이 느껴지면 글을 두 편으로 쪼개서 작성해라. 독자도 읽기 힘들다.
- 나만 보는 공간에 쓰는 것이 아닌 공개된 곳에 공유하기
- 입으로 읽어보며 퇴고하기
- 아직 구글링 해서 자료가 없으면→ 좀 더 잘 써보기. 각 잡고 쓰는 것은 이럴 때 가능하지만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여유 가지면서 준비하기
- 글 쓰면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거나 비효율이면 측정하자.(시간 측정) 그리고 회고를 통해 action Item 정하기
- 글쓰기는 원래 힘들다. 작가분들도 힘들다고 한다. 일단 하는 것 자체가 장하다! 칭찬하기
-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10년 동안 글을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칭찬하고 내 글에 집중하자.
- 내 글이 공개해도 될까라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쓰자.
- 완벽한 글은 없다. 완벽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고 깊이와 동일하게 욕심에 따라 다르다.
- 번역만 하는 것이 아닌 나의 생각이 담은 글을 쓴다. 단순 강의 책 정리보다는 나의 생각이 글을 특별하게 만든다.
글을 마치며
솔직하게 이렇게 집중해서 들을 줄 몰랐다. 벌써 2시간이 지났다고?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갔다. 뻔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것을 얻어가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얻은 깨달음을 계속해서 블로그를 써가며 발전시켜야겠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더 멋진 블로그를 꾸밀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는 데드라인을 잘 정해서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
이런 기술 세미나를 듣는 것이 생각보다 재밌다는 사실을 알았고, 앞으로 세미나에 더 참여하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
늘 존댓말로 게시물을 작성했는데, 반말로 쓰는 것이 더 글이 잘 써지고 와닿는 것 같아 앞으로는 이렇게 반말로 쓰게 될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다른 사람들도 많은 도움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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